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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아”
멀티 페르소나,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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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아”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는 이렇게 시작한다. 현대인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자기 안에 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예측할 수 없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를 카멜레온 같은 매력의 소유자로 보여 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혼란을 주기도 한다.

정호훈(칼럼니스트, 한국영상대 겸임교수)



나는 지킬 앤 하이드인가?

낮에는 회사원, 저녁에는 밴드 기타리스트, 주말엔 알바까지. 생계를 위해 투잡도 불사한다. 자기계발과 네트워킹을 위해 모임은 물론, 소통을 위한 SNS는 필수다.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까지 하다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몸이 열 개가 되니, 정체성도 열 개가 되곤 한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는 순한 양의 모습에서 사나운 사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관건은 육체와 정신의 균형이다. 그럭저럭 균형이 유지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스트레스가 과해 균형이 깨질 때는 종종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이 나타나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마치 자신이 지킬 앤 하이드가 된 듯하다.


《지킬 앤 하이드》는 선량한 과학자 지킬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악의 분신인 하이드를 깨우게 되는데 결국, 통제 불능의 하이드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안의 그림자와 싸우며 내적 갈등을 극심하게 겪다가, 특정 상황(또는 사람)에 따라 기분이나 태도가 극에서 극으로 돌변하는 <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을 현실 세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이중적 갈등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중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 정체성 혼란에 대한 답인가?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이중(인격)적인 모습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트라우마를 회피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이들의 특징으로 간주하곤 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이 불안한 모습은 잠재한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무의식적인 ‘내적인격’과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 사회적 요구를 수행하는 ‘외적인격’을 가지고 있는데(칼 융), 지금 우리는 지킬과 하이드의 이중적 갈등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중적인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교적 사상이 강한 한국 사회는 아직 권위주의와 연공서열, 체면과 허례허식 문화가 지배적이어서, 그 갈등의 크기가 더 하다. 칼 융에 의하면, 외적인격은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persona(사회적 얼굴)’라고도 하는데, 한국 사회는 자신의 본성을 사회적 얼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감추어야 할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탓이다.

그래서 한때, 대한민국은 아들러식 심리학에 빠졌었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으므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미움받을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에 열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관점에서 보면 수긍이 되지만, 사회라는 메커니즘 안에서 개인의 삶의 변화란 용기만으로 해결되지도 않거니와 용기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미움받을 용기’류의 트렌드는 내적인격을 조화롭게 하여 좀 더 단단한 자아를 만드는 것인데, 2020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로 불리는 ‘멀티 페르소나’는 이와는 다른 관점이다.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유연한 자아로 살라는 의미도 있지만, 오히려 ‘다양하게 분리되는 여러 개의 정체성-소비자들의 선호’를 따라잡기 위해 ‘(기업은) 소비를 특화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러므로, ‘멀티 페르소나’를 정체성 혼란에 대한 답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소비사회는 ‘멀티 페르소나’를 트렌드로 규정하고, 다양한 ‘사회적 얼굴’에 걸맞은 ‘소비’를 하게 하기 때문이다.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불안감은 소비를 하게 하고, 충족되지 않은 소비는 또 다른 소비로 이어져,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나는 왜 불행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정체성 혼란에 대한 답 대신,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라.
보통, 내적인격을 가다듬기 위해 성찰과 관련된 철학과 심리학 상품이 소비되고, 외적인격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처세술이나 성공학이라는 상품이 소비된다. 이 둘이 함께, 균형감 있게 습득되면 좋겠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트렌드는 돌고 도는 것이다. 따라서 정체성 혼란에 대한 답 대신,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연습이 ‘멀티 페르소나’를 위한 소비활동 보다 중요하다.

환경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인 것처럼, 인간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가지며, 끊임없는 갈등과 불완전한 선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존재이므로. 그리고 정체성 혼란은 대개 현재가 행복하지 않을 때 느끼는 것이므로.

  • TIP
  • 2020 대한민국 트렌드 예측

    멀티 페르소나가 포함된 올해 『트렌드코리아 2020』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는 ‘위기를 돌파하는 작은 히어로들이 몰려온다!’며, MIGHTY MICE를 말한다.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개인의 정체성이 다양하게 분리되며, 다양한 정체성은 다양한 multi 페르소나 persona(가면)로 드러난다는 의미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고객만족을 즉각적으로 최적화하는 근거리 경제. 마지막 고객 접점의 소비자만족이 중요하다는 의미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차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하여 강하게 추구하며, 소비 또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는 의미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욕망은 부풀었는데, 충족할 자원은 부족한 상황에 상품·서비스·공간·경험을 소유하는 것에서 스트리밍으로 경험한다는 의미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개개인의 고유한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를 예측한다는 의미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경제의 주축으로 진입하고 있는 밀레니얼과 X세대가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제품 간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신노년층-오팔세대(OPAL, Old People Active Lives)’가 소비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구매의 기준이 프리미엄으로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프리미엄의 중요한 요소 부각된다는 의미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워라밸 추구의 라이프와 고령화 사회에서 인생과 경력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로 나타난,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을 의미

자료참고 트렌드코리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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