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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자리한 정원은 보기 좋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복잡한 가운데서 사계절 변화와 식물의 신비로움을 가까이서 만끽하고 여유와 감성, 그리고 자연이 내뿜는 신록의 에너지도 흡수할 수 있다. 도시가 아닌 곳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지면서 도심 정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10년 가까이 수원 도심 한복판에서 정원을 가꾸어온 박성우 가드너에게 정원의 의미를 물었다.
글 편집실 | 사진 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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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가드너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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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공간에 녹여낸 자연의 아름다움
키 낮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수원 행궁동 골목. 이곳에 자리한 ‘러블리 몬스터’에서 박성우 가드너를 만났다. 커다란 덩치와 깔끔하게 넘긴 포마드 헤어가 인상적인 그는 9년 전부터 러블리 몬스터에서 공간장식과 정원을 가꾸는 플로리스트이자 가드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꽃에 이어 정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식물이 지닌 생명력 때문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화원을 해 꽃과 식물에 익숙했어요. 화훼장식학과에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정원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친누나 역시 가든 디자이너라 누나를 도와 정원을 관리할 때가 많았는데 초봄 어느 날, 관리하던 정원에서 길고 추운 겨울을 견딘 딸기를 발견했죠. 두 평 남짓한 공간이 딸기뿌리와 잎으로 가득찼었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딸기의 끈질긴 생명력과 삶에 대한 자세에 감응되어 식물을 다루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꽃을 판매하고 가드닝을 돕는 회사를 연 박성우 가드너. 덩치 크고 거칠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 ‘러블리 몬스터’라고 이름 지었다. 그는 현재 누나 박아름 씨와 함께 공간장식디자인 팀을 만들어 정원, 플라워 디자인, 인테리어, 드라마 세트 조성과 꽃 판매를 하고 있다.
Florist•Gardener박성우
“가드너와 플로리스트는
‘기르는 일’과 ‘만드는 일’을 한다는 데 가장 큰 차이가 있어요.
플로리스트가 절지된 화훼재료인 꽃과 화훼소재로 아름다운 선과 조형을 만들어낸다면,
가드너는 자연과 식물을 이해하고 자연이 가지는 조형적 역할과 심미적 요소를
사람의 공간에 녹여내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가드너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
중계자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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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숨 쉬는 공간과 함께하길
도심을 식물로 가꾸는 박성우 가드너의 노력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건축에서의 조경, 정원의 중요성과도 그 뜻을 함께한다. 과거 ‘편의에 의한 공간’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건축을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바라만 보던 자연이 삶의 공간으로 옮겨지기 원하는 요구에 맞춰 “사람 중심”의 생활 패턴에 따른 건축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박성우 가드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을 편리하게 만들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겠지만, 그와 함께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녹색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전했다.
“인간은 태초부터 자연환경에서 생활했어요. 자연물을 통해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의식주도 해결했죠. 아무리 주거환경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자연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박성우 가드너. 그는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경기도 광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중 5월에 시작되는 텃밭정원 교육은 도심 속 텃밭정원 조성과 관리 방법은 통해, 이후 각자의 공동체에서도 텃밭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할 예정이다. 더욱 체계적인 공동체 정원 교육을 위해 가드닝 센터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는 그는,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정원과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팜 ICT 시스템 도입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과 식물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자연을 되살리듯, 공간과 사람에게도 이해와 관심으로 공동체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해와 관심이 타인을 받아들이는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내가 사는 장소에 관심을 가지며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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