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GICO
행복한 GICO
공정한 GICO
닫기
글로벌리포트

사람들이 ‘떠나는 항구’에서
‘모이는 항구’로

새로운 GICO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느린 재생’

역사적으로 강이나 항구는 내륙을 연결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통로로서 유서 깊은 도시의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근대화를 겪으면서 물의 위상은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근대화 이후 낙후된 항만도시들이 도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노후된 항만에서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린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백미희 | 자료출처 국토연구원, 네이버 블로그 등

새로운 GICO 글로벌리포트
Print Link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느린 재생’

역사적으로 강이나 항구는 내륙을 연결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통로로서 유서 깊은 도시의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근대화를 겪으면서 물의 위상은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근대화 이후 낙후된 항만도시들이 도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노후된 항만에서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린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백미희 | 자료출처 국토연구원, 네이버 블로그 등


1


1. 유럽을 관통하는 엘베강 하류에 위치한 함부르크 하펜시티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Hafencity)는 수도를 따라 인간과 바다, 역사와 현대가 역동적으로 얽혀 있는 도시다. 독일어로 ‘항구도시’를 뜻하는 하펜시티는 함부르크 엘베강 인근 원도심에 위치한 규모 157만㎡의 항만구역으로 1997년부터 20년 넘게 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골칫거리로 전락한 물의 도시

세계의 유서 깊은 도시는 대부분 강이나 항구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에서 ‘물’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은 내륙을 연결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대화를 겪으면서 물의 위상은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홍수와 범람, 그리고 도시의 급격한 팽창으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등의 문제로 수변지역은 주변 지역과 단절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함부르크의 엘베강 일대도 같은 수순의 부침을 겪었다.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의 엘베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도심 안쪽에 안스터강이 엘베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이 있어서 강이 가지는 지리적인 장점을 살려 유럽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엘베강은 체코에서 발원하여 독일 함부르크를 걸쳐 북해로 흐르는 총길이 1,154km의 대하천으로, 엘베강 주변 지역은 홍수로 인한 하천 범람으로 유역 도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더불어 함부르크는 지리적으로 밀물과 썰물 시 수위변화가 크고 도심 지역은 대부분 범람지역에 속했다. 하펜시티는 중세 유럽 최대의 무역항이었지만 육상 교통의 발달로 항만 기능이 축소되면서 한때 함부르크 시 변두리의 가장 낙후된 원도심으로 전락했었다.

이 함부르크시의 낙후된 항구지역을 첨단 주거, 비즈니스, 문화, 레저,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 하펜시티 도시재생사업이다. 하펜시티에서는 항만과의 연계를 통해 도시경관에 물의 이미지를 부여하였고, 동시에 엘베강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성을 중심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2


2. 하펜시티의 주거지역. 항만도시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도시재생 덕분에 엘베강에 애착을 가진 시민들이 하펜시티로 이주해오고 있다.

항만과의 연결로 도시를 확장하다

하펜시티 도시재생사업은 도심 주변지역으로 개발을 확대하던 기존의 도심확장 방식이 아닌, 항만과의 연결을 통해 도시 공간구조를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하펜시티 지역이 도심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기존에 갖고 있던 항만도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항만지역을 재개발하고 이를 도심과 연결하면서 도심이 40% 더 확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하펜시티는 노후한 항만을 정비하고 항만도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도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하펜시티 재생사업에 있어 항만과 수변공간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하펜시티 지역은 역사적으로 해상교통과 해양산업의 도시로서 항만은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포함하는 요소였다. 수변공간 덕분에 하펜시티는 항만도시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도시공간에 물의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었다. 특히 엘베강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함부르크의 대표 자연자산인 동시에 도시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유럽 최대의 항만도시이자 쾌적한 도시환경을 보유한 도시의 이미지가 구축되었고, 엘베강에 애착을 가진 시민들의 이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

3. 하펜시티는 다리를 통해 구도심과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도심이 40% 확장되는 효과를 얻었다.
4

Rolf G Wackenberg / Shutterstock.com


4.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Internationales Maritimes Museum Hamburg). 리모델링을 통해 항만 창고에서 해양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역사성과 지역성을 살리기 위한 ‘느린 재생’

무엇보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철저한 조사 과정을 거쳤다. 항만이 가진 ‘역사성’과 ‘지역성’을 살리기 위한 고민했고, 관계자들이 오랜 연구와 논의 끝에 내놓은 최종 계획은 새 건물보다 기존의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방치되었던 보일러실은 홍보센터가 되었고, 창고는 ‘국제해양박물관’과 ‘과학센터’로 탈바꿈했다. 이 모든 것들은 현재 하펜시티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이제는 하펜시티의 상징이 된 엘베강변의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버려진 커피 창고였던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유지한 채 새로운 건물을 얹은 형태로 설계한 것이다. 거대한 건물의 상층부는 물결치는 파도 실루엣을 본땄고, 주변은 모두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서 보면 왕관 모양이 연상된다. 도시 경관을 바꿔놓으며 랜드마크로 부상한 이 건물은 ‘엘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5

Ugis Riba / Shutterstock.com

5. 하펜시티의 랜드마크인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버려진 커피창고 건물 위에 새로운 건물을 얹은 형태로 설계되었다.
6

Frank Gaertner / Shutterstock.com


6. 함부르크항의 오래된 창고를 리모델링해 현대식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친환경 친수공간으로 조성된 부둣가에는 5,300가구의 고급 아파트와 상주 근로자 4만 명을 수용하는 상업시설 및 오피스 건물이 들어섰다. 독일 미디어그룹 슈피겔 본사와 세계 최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본부가 이곳에 입주했다.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살린 전략적 도시재생 사업으로 하펜시티는 지난 201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수자원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항만이 가진 ‘역사성’과 ‘지역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규제를 풀어 초고층 상업시설과 아파트를 짓고 조기에 개발을 끝내는 초고속 개발이 아닌 아주 느린 속도와 그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980년대 초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방향을 본격 논의한 것부터 따지면, 50년간에 걸친 초장기 프로젝트다. 덕분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역 고유의 특성을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맞추어 갈 수 있었다.

개발 18년째에 접어든 하펜시티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항구’에서 ‘모이는 항구’로 변하고 있다.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리는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도시재생의 방향이 아닐까?

 

공감

0

이번호 전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