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CO THEME 글로벌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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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다듬어서
다시 쓰는 도시 이야기

다시 활력을 찾은 미국의 도시재생

세계는 지금 21세기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기를 겪으며 개발과 혁신, 발전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이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기존 시가지의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공간적, 환경적으로 쇠퇴한 지역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국가에서 도시재생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중 미국의 도시재생 사례를 둘러봤다.

글·정리. 강일서 참고 자료. 씨티 르네상스, 위클리비즈, 도시재생뉴딜 등

폐철로의 변신, 하이라인 공원

▲ 맨해튼 10번가의 경치가 보이는 황혼의 하이라인 공원 벤치.
Ⓒ ARTYOORAN / Shutterstock.com
▲ 뉴욕 맨해튼의 역사적인 화물 철도 노선에 있는 하이 라인 공원의 풍경.

폐철로의 변신, 하이라인 공원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the High Line’은 뉴욕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됐던 2.33㎞의 도심철도 고가 도로에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어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버려진 고가 철로를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명소로 탈바꿈시키면서 죽은 거리를 살리고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한, 도시재생 사업에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34년부터 기차가 주로 화물을 싣고 다녔던 이 철도 구간은 1991년 노선이 폐쇄되면서 점점 퇴락하기 시작했다. 철로 밑 지역까지 슬럼화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던 1999년 몇몇 시민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란 비영리 법인을 만들어 이 폐철로를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유명인과 뉴욕시, 기업이 호응하면서 2009년 도심 속 흉물이 명물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오래된 기찻길이 뉴욕시와 시민들을 공청회를 통해 ‘하이라인 파크’로 재탄생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공원을 중심으로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과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허드슨강Hudson River과 일몰까지 한눈에 보이게 잘 조성된 공원 하나로 주변 부동산 개발과 상권의 활성화, 각종 문화시설의 유입이 이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영향으로 시카고, 필라델피아, 시드니, 파리 등에서도 폐철로 공원이 생겼고, 한국에도 건너와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서울로 7017)을 낳았다.

관광, 휴양의 공간 볼티모어 내항

▲ 볼티모어 메릴랜드 시내의 내항지역 전망

관광, 휴양의 공간 볼티모어 내항

미국 무역항의 거점인 볼티모어는 워싱턴 D.C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으며, 18세기 초부터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다. 1729년 인디언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여 조선업을 시작한 후부터 미국 무역항의 거점으로 불리며, 독립전쟁 당시에는 독립군의 주요 거점, 남북전쟁 당시에는 격전지였다. 미국의 역사와 함께한 볼티모어는 점차 운송방식이 새롭게 변화함에 따라 신식 물류시설이 갖추어진 외항으로 항만기능을 이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원래 항만기능을 담당했던 내항의 도시 활력은 점점 사라지고, 경제활동도 침체됐다.

이에 시 정부는 볼티모어의 항만시설을 활용한 수변로를 조성해 다양한 문화시설과 함께 음악연주가 열리는 공간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항만기능이 외항으로 이전하고 남겨진 자리에 수족관, 마리나, 박물관, 공원 무역회관, 쇼핑센터, 레스토랑, 식품점 등이 들어오면서 1979년, 최초의 멀티 플렉스 도시 공간이 탄생하게 된다. 그 결과 볼티모어의 내항은 개장 초기에 디즈니랜드보다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하며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상가로 기록됐다.


쇼핑의 명소 컨테이너 파크

미국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Las Vegas의 다운타운은 1930년대 네바다주에 도박이 합법화하면서 개발된 라스베이거스 초기 중심지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스트립 지역에 새로운 개발 붐이 일면서 자연스레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오래된 카지노 호텔은 문을 닫고, 슬럼화가 급속화하면서 지구 범죄율마저 치솟았다. 이때 온라인 신발 회사 자포스Zappos는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를 다운타운 재건에 투입하기로 했다. 구도심에 있는 옛 시청 건물을 자포스 새 본사로 개조했고, 폐업한 카지노가 줄지어 있던 구도심 프레몬트 거리 일대 부동산을 사들여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카페, 공유 사무실을 만들었다. 주거 환경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내에서도 의료•교육 여건이 열악한 라스베이거스 주민을 위해 병원을 세우고, 교회 건물을 학교로 개조했으며, ‘더 베이거스 테크펀드’를 통해 교육 문화 사업과 스타트업 자금 지원에도 나섰다.

Ⓒ CiEll / Shutterstock.com
▲ 컨테이너 공원은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쇼핑 명소로
2013년 11월 문을 열었다.
스타트업 육성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미 전역에서 창업가와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고, 라스베이거스시도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특히 2013년 버려진 컨테이너를 다양한 상점과 공연장, 놀이터, 스타트업 업무 공간으로 재구성해 문을 연 ‘컨테이너 파크’는 이 일대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컨테이너 파크는 지난 2015년 서울 광진구 건대 부근에 생긴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의 원형으로 알려진 곳이다. 다운타운에는 매년 음악·미술 축제인 ‘라이프 이즈 뷰티풀Life is Beautiful’이 열린다. 이 축제도 자포스가 후원하는 행사로 2013년 처음 시작해 2017년에는 입장객이 13만명을 넘었다. 특히 축제 기간 사흘 동안 경제 효과만 1억2,500만달러(약 1,350억원)로 집계됐다.

그날을 간직한 추모 공원 그라운드 제로

▲ 2001년 9월 11일 공격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세계무역센터 그라운드제로 기념관

Ⓒ anderm / Shutterstock.com
▲ 그라운드 제로 부지에 2개로 조성된 연못, 메모리얼 풀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있었던 장소로 지금은 ‘그라운드 제로’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은 9.11테러가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도록 그라운드 제로 부지만의 정체성을 부여하여 다시 개발된 장소다. 먼저 그라운드 제로에는 가장 눈에 띄는 건물로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1WTC)가 있다. 이 건물은 세계에서 6위의 높은 건물로 미국이 독립한 1776년을 상징하고, 마치 긴 칼의 연상시키며 국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형상화했다. 그 옆에는 당시의 사고 현장 영상과 보도됐던 뉴스들, 인터뷰 기사 하나하나까지 재현된 공간인 911메모리얼 박물관도 있다. 그날의 아픔과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긴박했던 순간까지 느낄 수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이 절로 숙연해지는 장소다.
또 두 동의 타워가 무너진 자리에는 각 변의 길이가 60여 미터인 정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풀을 설치했다. 이 추모 구조물은 테러 공격 10년 뒤인 2011년 9월 12일 완공되었다. 4개의 면에서 모두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리며, 지상의 테두리를 따라 설치된 등판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국인 희생자의 이름도 찾을 수 있다. 또 추모 공원에는 공원을 둘러싼 나무들이 있는데 사건 당시 5개 주에서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해당 주에서 가져온 500여 그루의 떡갈나무들로 공원을 둘렀다고 한다. 오히려 테러의 아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초대형 건물을 지어 지역을 활성화하지 않고, 추모 공원으로 만들어 그 날을 기념했던 것이 이제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됐다.

낙후 지역에 기업 입지를 위한 민간의 노력

또 미국 최대의 온라인 기반 유통회사인 아마존은 2012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의 도심 인근 지역에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이름은 사우스레이크유니언South Lake Union으로 과거 낙후된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시애틀의 기존 도시 인프라와 지역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이러한 낙후된 시설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계획 초기부터 지역 부근의 3천여 세대의 거주지 및 다양한 상업시설들과 혼재된 채로 기존의 도시조직에 녹아들어 가고자 했다. 또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자 녹색교통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낙후된 공간에 기업 입지를 위한 사무공간, 오피스 빌딩을 건설하고, 보행, 대중교통 등 접근성을 개선하여 혁신지구를 조성한 사례로 실제 다양한 IT 기업들이 입지하고 인구수, 고용인원 수 등이 급등하여 이후 시애틀의 큰 성장에 기여했다.

ⓒ CK Foto / Shutterstock.com
▲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회사 본사에 설치된 유리구

뿐만 아니라 몰락한 제조업 중심지로 꼽히는 ‘모타운Motown’ 디트로이트에도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 중이다. JP모건은 1억5,000만달러(1,630억원)를 투자, 자동차 산업 쇠락으로 망가진 디트로이트를 재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단발성 기부나 개발 형식이 아닌 도심지 재건 자금이나 소상공인•창업가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취업 훈련, 사업 자문 서비스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JP모건의 이런 노력은 일자리 1,700여 개 창출, 100여 개 회사 창업이란 결실을 가져왔다.

ⓒ Francois Roux
▲ 맨해튼 허드슨 야드의 155개 전망대와 층계로 구성된 ‘베슬Vessel
그리고 최근에 미국은 하이라인 파크 끝자락인 허드슨 야드에 250억달러(약 27조원)를 투자해 초대형 ‘도시 속 도시’를 세우는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 규모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미 미국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KKR이 본사 이전을 약속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이어 타임워너, 로레알, 코치 등도 동참한다. 특히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현장에 세워진 높이 46m, 2500여 개의 계단이 나선형으로 얽혀 있는 구조물인 ‘베슬Vessel’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다. 154개의 전망대를 계단 구조물과 연결해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며 사방에서 맨해튼과 허드슨 강 전경을 볼 수 있다. 철도 기지였던 낙후 지역에 창의적인 건축물 하나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열쇠가 되고 있는 좋은 사례다.

이처럼 미국은 도시재생을 위해 민관이 협력하며 도시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며 경기도시공사에서도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도시재생센터와 도시재생대학 운영 등 ‘사람’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과 보행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부흥되어, 즐거운 경기 도시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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